[인문학적 성찰] 블루마블 경제의 악성, 불로소득과 기본소득
오늘 서울 대형 아파트값 평균 매매가격이 22억 원 돌파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4년 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6억 원이었는데 3년 9개월 만에 무려 78% 폭등해 10억 8000만 원이라는 통계도 있었다. 부동산이 전 국민의 더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요즘 LH 사건은 부동산 공화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파트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어떤 사람은 망연자실하고 어떤 사람은 환호한다. 이제 한국 사회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수저 계급사회로 진입하는 듯하다. 일종에 부동산 카스트가 형성된 것이다. 부동산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린이, 영끌, 줍줍, 하우스 푸어, 몸테크, 빚투, 청포자, 벼락거지, 부동산 카스트) 문제는 부동산가격 폭등이 성실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박탈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근로 의욕마저 떨어뜨려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건재하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마치 블루마블(blue marble) 게임처럼 말이다.
블루마블 게임은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게임 중의 하나이다. 어떤 부모들은 이 게임을 자본주의 교육에 활용하기도 한다. 블루마블 게임규칙은 이렇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한 사람이 모든 토지를 독점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주사위를 던져 여행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도시에 도착한 사람이 종잣돈을 가지고 토지를 사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땅 주인(지주)은 임대료를 받는다. 땅을 많이 가질수록 임대료 수익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비싼 임대료를 거둬들일 수 있는 곳을 선점하고 적절히 투자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결국, 자신이 승자가 되기 위해서 다른 참가자들은 파산시켜야 한다. 이것이 블루마블 게임의 주된 규칙이자 승리 전략이다. 일종에 땅따먹기 게임이다. 땅을 선점한 사람들은 놀고먹어도 큰 부자가 된다. 하지만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감옥과 무인도를 전전한다. 그리고 결국 파산한다. 블루마블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원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았다. 항간에 일부 사람들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는 세상이라고 빈정댄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이고 블루마블 경제의 허상이고 악성이다. 블루마블 경제는 결론적으로 불로소득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 본질은 불로소득이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할 때 발생하는 불로소득이다. 수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바로 불로소득 때문이다. 마치 봉건시대 소작농이 대지주에게 바치는 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실질소득 분배를 악화시키고 노동자의 근로 의욕도 저하한다. 이러한 토지 불로소득이 용인되는 한 불로소득을 바라는 투기는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주택 소유 양극화는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일 년에 600조 이상이 자본이득이 부동산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것이 가진 자들에게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불로소득이다. 여기서 이제 우리는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토지 불로소득이 정당한가? 대답은 물론 정당하지 않다. 고전 경제학자들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물론이고 ‘지가 차액’도 불로소득 간주했다.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토지는 자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토지를 독차지하는 것은 ‘부정의의 극치’ ‘빈자에 대한 수탈’이고 오히려 과세하는 것이 사회정의라고 보았다. 헨리 조지는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는 노력 소득을 보장하는 사유 재산제와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다시 블루마블 게임으로 돌아가 보자
블루마블 게임의 원조는 미국에서 개발된 모노폴리 게임(Monopoly game)이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게임들은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의 아류들로 보면 된다. 지주 게임은 1903년 헨리 조지의 지지자인 ‘엘리자베스 매기’가 개발한 게임으로 소수의 지주의 소작료 징수의 폐단을 고발한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토지 공개념을 주장한 20세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쓴 책『진보와 빈곤』속에 담겨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전파 목적으로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두의 마블이나 블루마블 게임도 여기서 파생되었다. 일종에 표절 게임이다. 블루마블 게임과 달리 원본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은 독점형 버전과 반(反) 독점형 버전 등 두 개로 버전이 있다. 두 버전의 게임의 규칙을 모두 경험하면서 무엇이 더 나은 세상인지를 자연스럽게 알도록 설계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모노폴리, 블루마블로 넘어오면서 원작자의 의도는 사라져 버렸다. 아니, 핵심이 되는 내용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오히려 독점 구조를 장려하는 게임으로 탈바꿈하여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인기를 누렸고 한 시절 보드게임 판을 주름잡았다. 한마디로 땅따먹기에만 매진하는 게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의 부동산 투기 광풍처럼 말이다. 만약 경제학자 랠프 앤스패크 교수가 모노폴리의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이 사실마저도 몰랐을 것이다. 원작 지주 게임규칙은 이렇다. 독점 규제 규칙에 따라 땅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대신 토지 사용료만 지급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내야 한다. 하지만 지주는 임대료에서 토지 사용료에 해당하는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신 정부 걷은 지대를 모두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이처럼 독점 버전과 게임규칙이 확연히 다르다.
이 게임의 기본 법칙은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정부가 모두에게 분배하는 규칙이다. 이러한 법칙은 헨리 조지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토지를 공공재로 본다. 지주가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때, 불로소득이 발생하므로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되 사용과 처분에 따른 이익은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조지 말을 들어보자. “왜 어떤 사람은 공동체에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으면서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익을 얻는가?” 여기서 문제는 불로소득 환수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헨리 조지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헌법에도 토지를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공유재로 인정한다. 헌법 23조 제2항에서는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1989년에는 ‘택지 소유에 관한 법률’, ‘토지 초과 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 공개념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 헌법재판소도 1989년 국토이용관리법상의 우리나라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토지 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고 실정법상의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되었으니 이것이 이른바 토지 공개념 이론인 것이다.” 이러한 판결문은 존 스튜어트 밀이나 헨리 조지 등의 토지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그 외 여러 판결에서 헌법의 토지 공공성을 지지하는 판결을 여럿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유제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할 일인가? 물론 가능하다. ‘토지 가치 공유제’를 활용하면 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다. ‘토지 가치 공유제’는 토지의 사용권과 처분권은 개인에게 맡기되 토지 가치 즉 지대만을 정부가 징수하는 제도이다. 일종에 국토보유세이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토지에서 산출되는 불로소득이 사라지기 때문에 투기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치료되고 무주택자의 고통도 사라질 수 있다. 토지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여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빈부격차를 해소되고 불평등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복지비용도 감소하고 유효 수요도 창출되고 근로 의욕도 고취될 것으로 필자는 본다. 더욱이 사회정의도 실현되고 동시에 기업의 생산적인 활동도 집중할 수 있다.
서양 중세시대 종교적 영향으로 부의 축적을 긍정적이지 않았었다. 특히 고리대금을 죄악시하는 전통을 가고 있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고립대금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파는 것이고 불평등으로 이끄는 것이기 때문에 정의롭지 않고 따라서 죄라고 주장했다. 헨리 조지는 “지구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왜 선점한 사람들이 수익을 독차지하는가?” 그리고 ‘가장 도덕적인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토지 불로소득 없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 사치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땀 흘린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토지보유세로 걷어진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토지의 평등권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다시 엘리자베스 매기의 원작 반 독점형 버전으로 돌아가 보자.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의 반 독점형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게임을 계속해도 그 누구도 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순간 실수해서 돈을 잃어도 보드게임 코너에 도착하면 정부로부터 지원금(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감옥에 갇히는데 여기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지 않는다. 이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지주들의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지주 게임은 자본주의의 속성이 ‘더불어 잘 살지 않고서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주고 있다. 이제 블루마블 경제의 악성을 도려낼 때가 되었다. 우리 속담에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욕망은 한정이 없다. 또 이런 속담도 있다. ‘아흔아홉 섬 가진 부자가 한 섬 자리 가난한 자에게 백 섬을 채우겠으니 한 섬을 내놓으라’라고 한다. 신자유주의(신자본주의) 용어가 세상에 나왔을 때 20대 80의 법칙이 있었다. 이 말은 소득계층 상위 20%가 국민 소득의 80%를 차지하고, 중하위 80%의 계층이 국민 소득의 20%를 나누어 살아간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신 자유주의의 블루마블의 악성을 도려내고 지주 게임의 반 독점형 버전으로 복귀할 때이다. 그리고 불로소득의 시대에서 기본소득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2021/4/9 혜윰인문학연구서 / 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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