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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인문학▣/인문학여행

인도 인문학 여행 이야기 1 - 낯선 길 떠나기

by 뜨르 K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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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1997년 여름 류시화

 

인도 인문학 여행 1

이제 인문학 여행을 떠나 보자.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철학, 종교, 문학, 예술이 있는 여행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배낭여행 갔던 기록과 기억을 더듬으며 이 글을 쓴다. 배낭여행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일종에 인문학 여행이다. 인문학 여행은 보고 만지고 사유하며 성찰할 수 있는 여행이다. 원래 인문학에서 앎은 반성의 사유를 목적으로 한다. 반성의 사유의 대상은 과거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과거를 해석하고 현재를 묻는다.  인문학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반성의 사유의 앎을 얻기 위해 진지한  마음으로 낯선 길을 떠나고자 한다. 여행의 매력은 사람과 사물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앎을 이루는 과정이다. 만약 앎이 없이 여행한다면 아마 여행의 묘미는 절반으로 감소될 것이다. 여행이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낯선 세계를 배우는 것이라면 그냥 의미 없이 다닐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상큼한 여행의 맛을 음미할 수 없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타자를 통하여 우리 안에 있는 인식의 벽을 부수고 깨닫는 것이다. 즉 성찰하는 공간을 향유하고 과거를 통한 현실인식의  사유를 확장한다. 여행에서 성찰은  찐빵의 팥소와 같다. 인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가장 귀여운 자식에게 여행을 시키라.”

 

이제 인도 인문학 여행을 서서히 시작해 보자. 흔히 힌두교와 카스트가 지배하는 나라로 알려져 온 인도는 5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600년간 이슬람의 지배와 2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이기도하다. 오늘날 인도를 형성하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알고 보면 끊임없는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이는 인도 문화를 형성하는 독특한 요소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의 목적도 인도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함으로써 인도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있다. 인도라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방대하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나라가 어느새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와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인도는 문학이 문화가 되고 종교가 되고 삶이 되는 나라이다. 마치 ‘고전을 시대에 맞게 제목과 표지만을 각색하여 출판하는 시스템’과 같다. 인도의 종교 고전은 기원전 1500년에서 1000년에 쓴 『리그베다』가 중심이다. 그 후 기원 전후에 쓴『라마야나』,『마하바라타』, 『바가바드 기타』 등이 있다. 인도인들은 오래된 고전을 통해 신을 발견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인간의 도리를 깨닫는다. 그리고 현실의 삶을 살아간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이 고전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에게는 그런 의미에서 인도는 문학이 살아 있는 나라로, 역사와 종교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나라로 다가온다.

인도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의 발상지이다. 또한, 기원후에는 천 년 동안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인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하여 현재 인도의 종교문화의 다양성을 만들어 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많은 지역이 하나의 인도 문화권을 형성한 것이다. 인도 문화권의 통일은 아마 주로 종교 힘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사람 대다수 종교는 힌두교이다. 힌두교는 원래 아리안족의 원시종교인 브라만교에서 발달하였다. 초창기 사제계급(司祭階級)으로서 브라만은 수많은 자연신(自然神)을 섬겼다. 그 이후에 점차 브라만에 대한 견해가 철학적으로 정리되었다고 볼 수 있다.

BC6-BC5세기경에 국가가 도시국가의 형태를 갖추면서 많은 사상이 분파되기 시작하면서 브라만에게도 일종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바로 불교와 자이나교이다. 그 뒤 이슬람교가 들어오면서 불교를 배척하였고 오래된 브라만교는 민간의 신앙과 절충하여 일반 대중들에게 파고들었다. 브라만은 많은 신에서 비슈누를 최고신으로 하는 비슈누파(派)가 있고 시바를 신으로 하는 시바파와 둘가 여신을 신앙하는 샤리티파 등 여러 종파로 나누어지는데 이것들을 모두 포괄하여 힌두교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힌두교는 모든 종교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바다와 같다.

 

인도에는 힌두교도는 국민의 82.6%를 차지하며 전국의 여러 곳에 성지와 사원이 있다. 외래 종교 중에서는 이슬람교가 있다. 10세기경부터 이슬람교도 군이 델리 지방을 점거하여 이슬람 왕국을 건설하고 무력으로 힌두교도를 개종시켰다. 하지만 대부분 하층의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슬람으로 흡수되었다. 이슬람교도는 인구조사 결과 전인구의 11%를 나타내지만 실제로는 2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펀자브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시크교는 이슬람교의 박해에 대항해서 일어난 힌두교의 개혁파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무장 단결하고 순교(殉敎) 정신이 강하다. 신도는 전인구의 약 2%이다. 그다음은 기독교이다. 기독교는 유럽인의 들어온 이래 로마 가톨릭교회, 프로테스탄트(개신교)가 전파되었으며 영국 식민지 시대에 각 도시에 기독교 교회가 세워졌다. 기독교는 전인구의 약 2.4% 정도이다. 인도 전통의 자이나교도는 약 0.5%, 불교도는 약 0.7%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대략적으로 인도 역사를 더듬어 보았다. 이런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이 필자를 비롯한 여행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여행하면서는 정작 낯섦에 경계를 하게 된다. 이것은 미지에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처음 도착한 인도에서의 마음도 그랬다. 그 두려움 역시 지금 생각해보니 낯섦 때문인 것 같다. 필자의 생각에 이런 두려움과 낯섦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여행의 틈새에 역사적 사실을 끼워 넣는다면 아마 두려움보다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제 인문학적인 눈으로 인도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나 보자. 이번 인문학 대략적인 여행 경로는 델리에서 출발해서 아그라-자이푸르-푸쉬게르-바라나시-부다가야-캘커타-산타니케스탄-첸나이(마드라스)-벵갈루루-첸나이에서 마치는 여정이다.

 

배낭여행은 인도가 처음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차분히 준비했다. 기차나 버스 타는 법, 전화를 거는 법, 환전, 숙소, 음식 등에 관하여 자료도 수집하고 책도 읽었다. 인도인들과 문제 피하는 방법도 들여다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역 앞이나 호텔 앞에서 대기(待期)하는 릭샤를 타지 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나가는 릭샤를 타라는 조언이었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이 조언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건은 이렇다. 경남 창녕에서 10시에 출발하여 대구에서 우승 고속에 몸을 싣고 설렌 마음으로 오후 6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다음 날 오전 8시 5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홍콩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서울과 홍콩과의 시차는 1시간 정도이다. 그래서 12시 50분 정도(서울시각: 11시 50분)에 도착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 홍콩 공항에서 쇼핑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홍콩에서 17:30분에 출발 예정인 인도 항공이 delay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항공사 측에서 홍콩 달러로 70달러 정도 되는 점심 제공을 주었다. 그리고 22시에 홍콩에서 출발하여 새벽 4시 20분에 드디어 인디라 간디 공항에 도착했다.

아직 어둠 캄캄한 시간이다. 밖에 나가자니 갈 데가 없다. 그때 마침 다행히 동행자를 만났다. 한국에서 배낭여행 온 여자대학생들이었다. 여자 2명씩 모두 4명이었다. 새벽에 도착한 지라 목적지를 옮기기가 무서웠던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들도 어찌할지 몰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호텔이 있는 곳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공항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오토 릭샤(Auto Rickshaw)에 몸을 맡겼다. 아뿔싸 !! 오토 릭샤는 우리가 말한 게스트하우스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몸으로 직감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인도는 정말 무서운 곳이야 !! 우리는 서둘러 릭샤에서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도를 보면 가까스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뉴델리역 메인 바자로 근처인 Ajay Guest House이다. 인도에서 보기 드문 청결한 호텔로 특히 온수가 나와서 좋았다. 가격도 더블에 24Rs 정도로 적당했다. 여기에서 이틀을 묵었다.

 

숙소 근처인 메인 바자로의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과 릭샤가 뒤범벅되고 한 무리의 검은 소와 흰 소가 무리 지어 먹이를 찾고 있다. 한쪽에는 여기저기에는 마치 시체처럼 쓰러져 자는 사람들과 손을 벌려 구걸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도시 전체가 쓰레기와 먼지. 오물, 소음으로 만들어진 듯 보였다. 거기에 릭샤 호객들의 외침과 매캐한 매연은 치열한 삶의 모습으로까지 여겨진다. 이것이 인도의 첫인상이다. 이제 천천히 숨을 쉬면서 인도 인문학 여행을 떠나 보자. 인도의 수도 델리를 시작으로 그 유명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그리고 바람의 궁전 자이푸르, 오늘날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인 인도의 바라나시, 보리수나무가 있는 부다가야, 인도 기독교와 가톨릭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콜카타(캘커타), 12 사도 중 하나인 성 토마스가 순교한 첸나이 그리고 여행의 종착지인 방갈로르까지이다. 배낭만 둘러맨 채 직접 몸으로 말하는 인도 역사와 예술과 종교가 숨을 쉬는 인문학 여행을 담고 싶었다. 계속~~  2021/6/25 / 혜윰인문학연구소 / 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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