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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감〓/〖여행·예술〗공감

담벼락에 핀 능소화

by 뜨르 K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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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핀 능소화

 

옛날에 양반 집에만 심었다는 능소화가 뜨르농장 숙소 담벼락에 피웠다. 능소화는 꽃이 시들지 않고 똑 떨어지는 것 때문에 예전에는 양반을 상징하는 양반꽃이라고 불리었다. 그래서 양반집이 아닌 곳에는 심지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요즘 눈물겹도록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능소화를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자태의 고고함이 양반답다. 능소화는 마치 담쟁이덩굴처럼 벽이나 담장 등을 지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란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능소화라는 이름에도 들어 있다. 능가하다. 업신여기다. 능멸하다는 의미의 능(凌) 자와 하늘이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밤 소(宵) 자를 써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높이 자라는 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능소화 꽃말은 명예, 기다림이다.

 

이러한 능소화 꽃말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전설도 있다.

옛날 중국에는 '소화'라고 하는 예쁜 궁녀가 살았다. 소화의 미모는 임금의 마음에도 들어 '빈'의 자리에 올라 따로 처소를 얻어 살게 되었다. 하지만 소화의 미모를 시기한 자들의 음모였을까요? 임금님은 소화의 처소에 전혀 찾아오시지 않아 소화는 매일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했다고 한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오지나 않을까 서성이며 기다리다, 서러운 세월만 흘러갔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여인은 상사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영양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임금님을 그리워하며 상사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담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생을 달리했다고 한다. 소화가 죽은 후 처소를 둘러싼 담장에는 주홍빛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바로 '능소화'라고 한다. 아주 슬픈 전설이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림인 듯 싶다.  아래 두 시인의 능소화 시를 감상해 보자.

능소화 필 때 / 박수진

그대 향한 사랑 너무도 깊어
한번 잡은 손 놓을 수 없네
그대 향한 사랑 너무도 깊어
한번 잡은 손 놓을 수 없네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사람아

앞마당 능소화 아름답게 필 적에
나 그대 억센 두 팔에 칭칭 감기어
꿈같이 한세상 살고 싶어라
꿈같이 한세상 살고 싶어라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케
바람이 많이 부는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는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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