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과 공감〓/〖여행·예술〗공감

낯섦, 다름, 이질적인 것: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엘리멘탈(Elemental)

by 뜨르 K 2023. 7. 17.
반응형
낯섦, 다름, 이질적인 것: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엘리멘탈(Elemental)


 

영화 엘리멘탈을 보았다. 영화는 영화마다 각각 메시지를 담고 있듯, 엘리멘탈 영화 역시 아름다운 빛과 다양한 색채의 상상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아주 뭉클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열정적인 캐릭터 ‘앰버’(Ember)가 정반대의 성격인 ‘웨이드(Wade)’를 만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줄거리

 

포스터서 본 곳처럼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가 배경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재난으로 앰버를 임신한 채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버니와 킨더부부는 엘리멘탈 시티에 가장 늦게 입주한 불의 원소이다. 먹고살기 위해 폐허였던 건물을 직접 개조하며 식료품 가게 파이어 플레이스를 오픈하지만, 현실적인 차별에 부딪혀 많은 좌절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꿋꿋이 운영하면서 버니는 앰버에게 가업을 물려주고자 하지만, 불같은 감정을 참지 못하는 앰버에게 가게는 아직 어려움이 있었다. 나이 들어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버니는 엠버가 어서 빨리 가게를 물려받고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불같은 성미를 참지 못해 가게 손님들 앞에서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곤 하는 등 사고를 치는 앰버, 특히 지하실 수도 누수로 참아왔던 화를 낸 앰버에게 파이프가 터지면서 물의 원소마을 웨이드(Wade)와의 운명적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앰버네 가족이 있는 파이어 플레이스는 물이 차단된 지역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가 조금씩 생긴다. 시청의 시설 조사관이던 웨이드(Wade)에게 누수만이 아닌, 불법 건물이 발각되어 폐업 위기에 놓이게 된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앰버는 웨이드(Wade)를 찾아 폐업을 막고자 사방으로 발버둥을 치게 되고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엘리멘탈 시티에 방문한다. 웨이드(Wade)의 상사인 게일은 누수사건이 해결된다면 폐업을 철회하겠다며 조건을 제시하고 앰버와 웨이드(Wade)는 누수 해결을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수많은 여러 조사를 통해 수문이 부서지면서 누수가 발생한다고 결론 내리고 앰버가 불을 이용하여 유리로 수문의 누수를 막아내고 폐업을 면하게 된다.

 

누수 조사로 인해 앰버(Ember)와 웨이드(Wade)가 티격태격하다가 서서히 사랑하는 사이로 가까워지고 함께 엘리멘트 시티를 구경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앰버는 웨이드(Wade)의 집에 초대받아 앰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엘리멘트 시티는 유리로 되어있는데, 웨이드(Wade)의 어머니는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앰버는 파이어 플레이스를 물려받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지만, 웨이드(Wade)를 통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앰버(Ember)이지만, 그런 앰버(Ember)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웨이드(Wade) 사이의 두 원소의 갈등과 극복과정이 그대로 스크린에 노출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길을 위해 떠난다. 이제 파이어타운도 불 원소만 살았던 이전과 달리 여러 원소가 어울릴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탈바꿈된다.

 

영화 후기: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

 

영화에서 앰버(Ember)와 웨이드(Wade)는 서로 상극이고 위협적인 존재이다. 불의 원소를 가진 앰버(Ember)와 물의 원소를 가진 웨이드(Wade), 불을 끄려면 물이 필요하고, 물이 있으면 불이 안 붙는다. 물에다 불을 갖다 대면 물이 증발하고. 반대로 불에다 물을 갖다 대면 불이 꺼지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물과 불은 상극이다. 둘은 공통점이 없다. 예부터 물과 불은 모든 인류에 탐구대상이었다. 고대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arche)은 물이라고 말하고 밀레토스 학파 아낙시만드로스 만물의 변화, 즉, 물의 순환을 말하면서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로 물, 불, 흙으로 말하면서 ‘공기’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엠페도클레스에 의하면 변화하지 않는 존재는 하나가 아니라 네 개이며 흙, 물, 공기. 불이라는 4 원소의 결합과 변화로 설명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4원소로 물질의 근원을 물, 불, 흙, 공기라는 4가지 요소를 말한다. 모두 영화 엘리멘탈에 나오는 4 원소이다. 감독이 왜 고대 철학자들이 논하는 4 원소를 모티브로 했는지는 우리들의 상상의 몫이다. 아무튼 4 원소를 의인화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구현한 감독의 감각은 눈에 띈다.

 

영화에서 불과 물은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앰버(Ember)는 웨이드(Wade)에게 줄기차게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웨이드(Wade)는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며 앰버(Ember)에게 손을 내민다. 한국어 관용표현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말이 있다. 어떠한 어려움이나 위험도 무릅쓰고 강행한다는 의미이다. 박완서 소설 『미망』에서도 ¶ "··· 주모자가 되려면 저도 그릇된 걸 보면 물불을 안 가려야 하지만 동무들의 마음도 물불을 안 가리게 움직일 재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처럼 물과 불은 때에 따라 위협적인 존재이고 서로 상극이다. 그런데도 위협적인 두 원소, 불의 요소 앰버(Ember)와 물의 요소 웨이드(Wade)가 물불을 안 가리고 서로에게 뛰어들고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밀고 사랑하게 된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결국, 그 두 원소는 아름다운 창조,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이영화 감독은 피터 손이다. 그는 한국계 미국 이민자 가족이고 이민 2세대다. 이영화 모티브도 아마 감독이 어릴 때의 미국 뉴욕에서 성장했던 것과 각종 인터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뉴욕인듯하다. 실제로 뉴욕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이 영화에서 물, 불, 공기, 흙 등으로 표현했다. 엘리멘트 시티에 사는 원소들은 현실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여러 인종과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물은 엘리멘트 시티를 처음으로 개척한 원소로 미국의 기득권, 백인을 상징하고 반면에 불 원소들의 거주 구역은 아마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 같은 이민자들이 모인 지역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멘탈 영화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이야기라는 생각된다.

 

이민자 불 원소 ‘앰버’ 가족도 엘리멘트 시티에서 살게 되면서 불이라는 이유로 사회문화적으로 차별받으면서도 자신들만의 전통과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불 원소 역시 타자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부여하는 동료이자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는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라는 문구가 부제로 적혀 있다. 엘리멘탈 영화의 진짜 아름다움은, 그런 둘이 사랑을 위해 서로의 차이를 하나씩 극복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낯섦, 다름, 이질적인 것들이 각자의 원소의 본질을 이겨내면서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다름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발걸음이고 축복이고 희망이다. 2023/7/17 혜윰인문학연구소/뜨르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