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이 책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기질과 문화형성 배경. 종교 등을 아주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필자는 이 책을 18년 전에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최준식 교수는 미국 temple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이다. 최근에는 죽음과 사후세계로 관심 분야가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의 스승이기도 한 연세대 정재현 교수와 함께 한국 최초로 죽음학회를 만들 정도로 삶과 죽음, 즉 문화에 관심이 많다.
몇 일전 우리는 추석을 지냈다. 추석이나 설날에 우리나라의 총인구의 60% 정도가 이동한다고 한다. 인구 3천만 명이 이동한 셈이다. 물론 중국 인구 50%(7억 4천만)보다는 적지만 아무튼 민족 대이동이다. 이러한 대이동 이면에는 가족이라고 하는 거대한 흡입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라는 책도 한국 사회의 근본 원리는 '가족'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대가족제가 이미 해체되었고 핵가족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에 가족주의이라고 하는 강하고 큰 흐름이 있다고 하는 데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족주의를 일종의 집단주의라고 보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우리에게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있는 집단주의적 성향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 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 가족, 내 가족만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들과 족보와 종친회까지 만드는 집단주의적 성격에 대해 말하면서 최준식 교수는 이런 성향의 근본 원리를 유교에 있다고 보았다. 유교의 삼강오륜 기본 원리가 이 원리의 근원지인 중국과 중국 문화를 전파 받은 동양권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윤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양권의 집단주의 문화의 근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한국이 유난히 그 원리를 잘 수용하고 오히려 중국보다 더 발전시켜 강력한 효(孝) 중심의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효”(제사)라는 무기로 무장한 우리의 유교 앞에 가족주의적 성향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 대표적인 예가 제사이다. 그래서 제사는 한국에서 가족주의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주의의 극단적 집단주의 폐단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이다. 실제로 서구의 언어에서는 흔하지 않은 '우리'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상당한 무기로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주의(Weness)이다. 이는 집단중심적인 동양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고이다. '동양인들은 혼자 있으면 언제나 조용한데, 둘이나 셋 이상 모이면 그때부터는 온통 자기네 세상이 되어버린다. 이런 우리주의가 외국인을 배척하고, 서비스 의식이 없고, 공중도덕에도 약하다고 말한다. 또 이면에는 우리 식구(가족)이라고 인식되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정의 친절과 정(情)이 베풀어진다. 이런 유형은 여러 조직문화에서 발견된다.(청와대, 정부, 회사, 군대 등)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집단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민족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집단이 잘못 만들어지면 다른 집단을 억압할 수도 있다. 집단이 집단주의가 되고 가족이 가족주의가 되면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질문으로 던지고 있다.
“왜 한국인은 꼭 집단에서 머물 수밖에 없으며 머물려고 하는가?”
“왜 한국은 유독 혈연을 중시하고 집안을 중시하는가?”
“한국인은 왜 그렇게 상하급자간의 서열을 나타내는 단어가 많을까?”
“왜 한국인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이러한 물음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성찰은 자신의 문화를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최준식 교수는 한국문화의 집단주의가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유교나 무속 문화 저력을 통하여 배움과 신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책을 직접 읽고 확인하기 바란다. 요즘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다. 해외여행 역시 다른 나라의 문화의 심층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신의 나라의 문화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2014/9/11/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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