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다. 이 책에 대한 비평 보다는 저자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집중하며 읽었다. 혹자는 인문학이 위기에 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 열풍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작금에 인문학이 열풍이 이유는 인문학적의 상상력과 기술을 접목하여 창의적인 제품에 만드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잡스 같은 사람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보통 사람들은 인문학과 기술과는 무관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과 기술의 접합이라고 하는 이 모순된 사실은 인문학이 자본주의의 도구로 전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원래 인문학은 인간의 흔적을 통하여 성찰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인문학은 생각하며 질문하고 질문하면 생각하는 사유의 힘이다. 이런 사유의 힘은 우리의 통찰력을 가능하게 한다. 통찰력은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통찰력은 사람과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엮여있는 관계의 망을 풀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진기의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는 사유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할 뿐 아니라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최진기의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는 2010년부터 오마이 뉴스에서 방송한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을 책으로 엮은 인문학 입문서이다. ‘현대사회 철학, 현대사회 문화, 현대사상, 서양미술사, 역사, 현대사상의 기초, 과학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의 앎을 명쾌하며 쉽고 흥미롭게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은 플라톤에서부터 장 보드리야르까지 모두 42개의 생각을 정리하므로 인문학의 방향을 가리키는 인문학의 지도책이다. 또한 이 책은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와 다양한 사례, 역사적 사건과 접목함으로 흥미롭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동력이 내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명화, 신문기사, 삽화들을 삽입함으로써 인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쉬운 책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미셀푸코, 하버마스, 사르트르, 에드워드 사이드, 리처드 도킨스, 토마스 쿤, 칼 마르크스. 프로이드, 니체, 데카르트,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등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현대사상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을 하나의 단일한 사상으로 보지 않고 상호 연관성을 밝힘으로서 인문학을 보다 더 효율적이고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몇몇 본문의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19세기 근대사회는 노동과 생산에 의해 발전되는 ‘생산의 시대’였지만 현대사회는 과잉된 시대로 이제 대규모 공장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을 ‘마구 써버려야만’ 합니다....마르크스는 노동과 생산을 중시하고 소비의 측면을 주목하지 않는 반면에. 보드리야드는 이 소비의 측면을 주목하여 현대 사회를 분석했는데 그런 면에서 탈 마르크스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죠” (p19)
“하버버스, 촛불문화제에 어떤 입장을 취할까?”
“하버마스는 이 촛불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일당 촛불은 안전한 삶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형성된 것이다.”(p 51)
“파괴하라, 그리고 창조하라” -프리드리히 니체-
“여러분이 그림에서 보는 저 커다란 코끼리가 조그마한 말뚝 하나를 뽑지 못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불이 나도 말뚝을 뽑지 못하고 타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매우 어려서 힘이 없을 때 저 말뚝에 묶어 놓았거든요 그때 아기 코끼리는 말뚝을 뽑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뽑지 못했죠. 그때부터 코끼리는 이렇게 인식해 버린 것입니다. ‘아. 말뚝은 영원히 뽑을 없는 수 것이구나!’ 그리고 저 코끼리는 영원히 그러지 못한 채로 죽겠죠. ‘여러분의 말뚝은 무엇입니까?”(p 251)
위 본문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튼 이 책은 박제된 인문학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인문의 바다에 빠져들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고뇌가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장 마다 확인하고 넘어가기 란을 추가하여 지금 까지 학습한 내용을 복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2017/1/21 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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