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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과 건국을 향한 투쟁 -『한국독립운동사』읽기

by 뜨르 K 2019.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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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건국을 향한 투쟁 -『한국독립운동사』읽기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되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역사를 '기록된 사실' 이라고 말한다. 역사가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한다고 할지라도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표현하는 방법,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다름을 인정한다면 역사는 주관적이다. 이것이 역사가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그렇다고 역사가가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조작하거나 왜곡한다면 이미 그것은 역사가 아니다. 역사가는 완전하고 객관적인 역사서술이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면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이 말은 현재의 역사를 통하여 과거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역사 사실을 왜곡한다는 말이 아니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역사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구성된다는 말이다. 과거의 사실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의 현실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매력은 한국독립운동의 사실을 왜곡 없이 빠짐없이 정리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해석의 다양성도 나름대로 존중했다. 다른 사람의 역사 서적처럼 자신의 이념이나 성향에 의하여 필요한 부분만을 서술하지도 않았다. 또한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가감 없이 언급한다. 또한 이념을 넘어서 모든 독립운동의 전반적인 내용을 서술하려는 노력의 흔적도 엿보인다. 즉 민족주의 계열, 사회주의계열, 아나키즘의 계열의 독립 운동까지 정리하여 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독립운동의 역사만을 전부라고 여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편향된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배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르다. 그의 책의 머리말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국내외 독립 운동가들은 독립의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감옥을 수없이 드나들어야 했으며,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서 질병으로 희생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국외의 독립 운동가들은 어느 나라로부터도 제대로 도움 받지 못하는 가운데, 스스로 가산을 팔고 재외 동포의 후원에 의지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무장투쟁이나 의열 투쟁에 참여한 이들은 처음부터 목숨을 내놓고 뛰어들었다. 이처럼 독립 운동가들은 각지에서 각자 치열하게 싸웠으며 큰 희생을 감수했다. 따라서 그들의 활동은 모두 그 나름대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열과 반목이 아닌 연대와 통합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활동은 더욱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 (p 14)

 

저자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 학계 안팎에서 독립운동의 주류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논쟁을 해왔다고 말한다. ① 민족주의 세력 중심론, ② 민족협동전선(민족통일전선) 세력 중심론, ③ 사회주의 세력 중심론 등의 논쟁이다. 하지만 문제는 독립운동을 어느 한 세력을 주류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 세력을 정통으로 설정하면 다른 세력은 비주류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왜곡된 독립 운동사를 읽으면 임시정부 이후 사회주의 계열과 민족주의 계열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보통 우리가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서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이 기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지 못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되어 있어서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1930년대 이후의 독립운동은 민족주의 계열보다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이 더 강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1910년대 국내외 독립운동의 출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출범, 1920년대 국내 독립운동의 좌우 분화와 상호연대, 1930년대 독립운동 진영의 재편, 중일전쟁·태평양전쟁 시기 독립운동 세력의 결집 등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기별로 독립운동의 전개과정을 서술하고 각 장의 앞부분에는 독립운동사의 배경으로서 각 시기 일제의 지배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지역으로는 국내, 만주, 중국, 러시아 연해주, 미주, 일본 등 각지에서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되었다. 1920년도는 한해 1000-2000 명이 ‘정치범’으로 감옥에 갈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사실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탄핵을 당한 사실, 남한만의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일과 임시정부 인사를 배척한 이유, 3.1운동 이후 상해의 임시정부와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의 갈등으로 임정운영의 어려움, 오랜 기간 이승만의 독립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 만보단 사건으로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있을 때 중국인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만든 한인 애국단 활동, 윤봉길 의사가 거사를 성공함으로써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돕기 시작한 일, 1929년 정당 중심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점, 1931년 만주사변으로 만주국이 세워지고 중국과 일본의 사이가 안 좋을 때 한국인이 일본인 요인을 암살한 일 등등이 서술되었다. 게다가 스페셜 테마라는 특별 코너로 일제침략에 저항하여 자결 순국한 이들, 독립운동 탄압을 위한 악법들, 아나키스트의 독립운동을 따로 언급함으로서 전반적으로 독립운동에 대한 앎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독립운동은 해방과 건국에 모든 것을 바친 치열한 역사 현장이었다. 일본의 한국병합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동학농민군, 의병 등으로 결집하여 치열한 저항운동을 펼쳤다. 병합 이후에도 만세운동, 무장투쟁, 외교운동, 의열투쟁, 노동쟁의와 소작쟁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끈질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한국인들의 독립 운동은 단지 일제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때 당시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원했던 것은 조선왕조 또는 대한제국의 부활이 아니었다.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건설이었다. 물론 그들은 다양한 이념을 소유하고 있었고 경제체제의 생각도 동일하지 않았다. 그로인하여 더욱 뼈아픈 것은 독립운동의 분열이었다. 1910년도는 복벽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했고 1920년도 이후에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이 서로 대립했다. 1919년 이후 민족주의 내부에서는 무장투쟁노선과 외교운동노선, 정치투쟁노선과 실력양성 노선 서로 대립했다. 서북파와 기호파 등의 지역 간의 대립도 있었고 사회주의자 내부에서도 이르쿠즈크바, 상해파, 서울파, 화요파, ML파 등 각 파벌의 대립이 있었다. 이처럼 독립운동은 분열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념의 대립을 절충하고 좌우를 통합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있었다. 저자에 의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열과 반목이 아닌 연대와 통합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활동은 더욱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계열의 완전한 동질성을 이루지 못함은 못내 아쉬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외세에 의한 분단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독립 운동의 하나의 씻지 못할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립의 희망이 거의 없는 일제 지배 하에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사실만은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역시도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여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려는 몸부림과 낡은 질서를 버리고 평등과 자유의 새 나라를 건설하라는 그 당시 함성이 귀가에 맴도는 듯하다.

 

올해는 3.1절 100주년, 임시정부수립 그리고 임시 의정원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이다.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뮤지컬 ‘영웅’ ‘신흥무관학교’ ‘윤동주, 달을 쏘다’ ‘여명의 눈동자’ 독립운동을 재조명한 뮤지컬 상영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신흥무관학교’는 1910년 전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을 중심으로 항일무장 투쟁을 위해 온힘을 바친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은 총 대신 펜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조선인 학도병 대치, 일본군 위안부 여옥, 군의관 하림의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을 조명한 것이다. 그렇다. 역사는 늘 성찰해야 한다. 조지 산타야나가 언급한 것처럼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를 되풀이하는 저주에 빠진다’라는 말이 있다. 성찰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교훈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의 독립운동은 민족이 하나 되는 남북통일이다.   2019/4/10 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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